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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대해 최초로 체계적인 실험을 수행한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H. Ebbinghuas, 1885)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직관적으로 기억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 같지만, 현대 심리학에서 분류하는 기억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학습되고 저장되며, 또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억의 개념

기억의 사전적 의미

  1. 명사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
  2. 명사 사물이나 사상(事象)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
  3. 명사 계산에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시간만큼 수용하여 두는 기능

어제 누구와 같이 밥을 먹었는지,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 지난 여름의 에피소드에 대해 답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기억 덕분입니다. 마찬가지로 친구의 이름은 무엇인지, 산업혁명은 어디서 발생했는지, 만유인력의 법칙이 무엇인지에 대해 답할 수 있는 것도 기억 덕분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기억은 사실과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저장한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즉, 단편적인 사실과 과거 경험했던 사건의 내용이 기억의 핵심 요소라는 것입니다.

현대 심리학에서의 기억

그런데 잠시 생각해 보면 기억은 이보다 훨씬 폭넓고 세분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유명 가수의 노래는 소리로 기억되지만, 그 가사는 언어적으로 기억되어야 하며 그 가수의 얼굴은 시각적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방금 들은 전화번호는 번호를 누르면서 금방 사라지지만 원주율(T)이나 구구단은 평생 기억하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의식적으로 기억하지는 않지만 내 몸이 무의식적으로 기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손가락은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키보드의 원하는 곳을 빠르게 누르지만 정작 키보드의 배열을 떠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떤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난 뒤에는 그 음식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나고 불쾌해집니다.

이러한 종류의 기억은 우리의 의식과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생성되는 것들입니다.

현대 심리학에서 분류는 매우 다양하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학습되고 저장되며, 또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앳킨슨과 쉬프린의 중다기억모형 :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
  • 배들리와 히치의 작업기억 : 음운루프, 시공간잡기장, 중앙집행기
  • 스콰이어의 장기기억 : 서술적 기억, 비서술적 기억
  • 털빙의 장기기억 : 의미기억(일반적인 지식), 일화기억(경험한 사건에 대한 기억)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에빙하우스의 연구

에빙하우스(1850~1909)는 기억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실험을 수행하여 1885년 자신의 연구 결과를 ‘기억에 관한여’라는 짧은 책으로 출판하였습니다. 당시에는 기억을 포함한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나, 에빙하우스는 당시의 여느 심리학자들처럼 기억도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대부분의 초기 연구가 그렇듯이 에빙하우스도 직관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실험을 구성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영어 단어를 학습할 때 반복 횟수가 많을수록 더 잘 기억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사라지며, (잊어버린 것을) 재학습할 때 더 빠르게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에빙하우스는 이러한 기억 현상을 연구하였습니다.

에빙하우스는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무의미 철자(nonsense syllable)를 기억하는 실험을 수행습니다.  자음-모음- 자음으로 구성된 무의미 철자(예를 들어, DAF, HOS, BEP)를 수천 개 생성하여 다양한 개수의 무의미 철자 목록을 학습하고 또 재학습하기를 반복하며 그 결과를 기록하였습니다.

에빙하우스가 기억재료로 무의미 철자를 사용한 것은 기존 지식이 기억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때 절약률(Savings)이라는 값을 통해 기억을 측정했습니다.

가령, 어떤 철자 목록을 완전히 학습하는 데 10회의 반복 시행이 필요했으나 일주일 뒤 6회의 반복으로 재학습되었다면 4회가 절약된 것입니다. 이를 백분율로 바꾸면 절약률은 40%가 되는 것입니다.

유사한 예로, 아홉 명으로 구성된 회원들의 이름을 최초로 학습하는 데 10분이 걸렸는데 다음날 재학습할 때 4분이 걸렸다면 절약률은 60%가 됩니다. 즉, 절약률은 기억이 얼마나 보존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되는 것입니다.

망각곡선

에빙하우스는 학습 – 재학습 간 시간이 길어질수록 절약률이 낮아진다는 것을 발견하고 망각곡선을 그려냈습니다. 망각곡선은 우리가 기억에 대해 알고 있는 일상적인 경험과 일치하는 결과를 보여주는데. 즉, 어떤 사실을 학습한 직후 기억 손실은 빠르게 발생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느리게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망각곡선에 따르면, 아홉 명으로 구성된 회원들의 이름을 최초 학습한 후 약 일주일이 지나면 대부분 잊어버리지만 한 달 뒤에도 한두 명 정도의 이름은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 즉시 : 100% 기억 
  • 20분 후 : 58% 기억
  • 1시간 후 : 44% 기억
  • 24시간 후 : 33% 기억
  • 이틀 후 : 28% 기억
  • 일주일 후 : 25% 기억
  • 한달 후 : 21% 기억

에빙하우스의 공헌

에빙하우스의 가장 큰 공헌은 과학적 연구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인간의 정신 현상 중 하나인 기억을 체계적으로 측정하여 그 원리를 도출했다는 점입니다. 절약률, 망각곡선뿐만 아니라 에빙하우스는 학습 횟수, 학습 간 간격, 목록의 길이 등과 같은 변인들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그러나 에빙하우스는 무의미한 자극에 대한 기억을 연구했다는 점에서 이후 바틀릿(Barlett, 1932)에 의해 강한 비판을 받았다고 합니다.

무의미 자극을 사용하면 배경지식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에 실험 결과 해석에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바틀릿은 오히려 배경지식이 새로운 기억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여 이야기에 대한 기억을 연구 주제로 삼았습니다. 다만 바틀릿도 기억연구를 위해 실험실에서 내용을 학습하게 하고 체계적으로 결과를 기록하여 해석했다는 점에서 에빙하우스의 방법론을 그대로 계승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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